돈이 되는 것,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2014년과 2015년, 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풀어놓은 전세 대출 제도에 편승해 갭투자로 나쁘지 않은 수익을 거뒀다. 전세 보증금으로 아파트 매매가 대부분 충당되는 이 투자법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민주당 지지자였던 나도 보수 성향의 투자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돈을 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성공의 쾌감에 취한 나는 어머니께 아파트 투자를 권했다. 직장이 없던 어머니를 위한 자산 형성이라는 명목으로. 그러나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몰려왔다. Fed 기준금리가 0에서 5.5%까지 치솟으면서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급락했다. 어머니의 투자 아파트는 처참했다. 전세 보증금 3억 원인 아파트의 매매 시세가 2억 5천만 원까지 내려앉았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생각이 떠올랐다. '전세 보증금으로 시간을 충분히 끌 수 있지 않을까? HUG 보증이 있으니 당장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될 텐데.' 그것은 세입자를 속이는 전세사기의 논리였다. 평생 양심적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국가 보증에 기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사기꾼이 될 뻔했다.
다행히 나는 내 명의로 대출을 받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온전히 반환했다. 어머니를 도왔고, 세입자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낀 충격은 잊히지 않았다. 부동산 투자 구조가 얼마나 사람의 양심을 흔들 수 있는지, 나도 모르게 얼마나 쉽게 악의로 변할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어울리던 투자자들의 민낯
그 이후 나는 어울리던 부동산 투자자들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어떤 투자자는 반지하 주택의 심각한 습기 문제를 석고보드로 덧씌우고 도배를 해서 판다며 이를 '노하우'라고 자랑했다. 어떤 투자자는 시세가 오르기 시작하는 지역의 아파트를 의도적으로 비워두고 공실을 늘려 시세 상승을 부추겼다. 내가 세입자로서 계약한 어떤 집주인은 윗집 화장실에서 새는 물을 비닐봉지로 막아두고 내게 그 집을 내세웠다.
이들이 과연 우연히 만난 나쁜 사람들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구조가 사람을 '치사하게' 만드는 것 같다.
부동산 투자자들이 보이는 선함은 시장이 호황일 때만 존재한다. 시세가 크게 올랐을 때 일부 양보하는 척하는 정도다. 하지만 약세장이 오면 그들은 다른 존재로 변한다. 고정비와 공실이 밀려오면, 그들은 생존을 위해 세입자를 속이고, 결함을 은폐하고, 시간을 끈다. 전세사기꾼도 호황 시절엔 성공한 사업가로 행세했을 것이다. 단지 시세가 떨어졌을 뿐이다.
부동산으로 쏠린 자본의 대가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개인의 양심 문제를 넘어, 이 구조는 국가 경제 전체를 왜곡시킨다.
대한민국 자본의 70%가 부동산에 쏠려 있다. 반도체, AI, 생명공학 같은 미래 산업에 투입되어야 할 자본이 토지 투기에 고착된다는 뜻이다.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에 허덕이고, 청년층은 폭증한 주거비에 시달린다. 결국 출산율은 떨어지고, 한국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된다. IMF 위기 같은 외부 충격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경직된 경제 구조는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게다가 국가는 이 구조를 '보증'으로 떠받치고 있다. 갭투자로 인한 전세사기, 깡통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HUG·SGC 같은 공공 보증으로 손실을 메운다. 2024년 전세보증 사고 누적이 20조 원을 넘었다. 그것은 모두 세금이다. 선량한 시민들의 세금으로 투자자의 리스크가 보장되고, 세입자의 피해가 보전된다.
투자자들은 '세입자 보호'라는 미명 아래 악의를 일삼아도 국가가 책임져준다. 멀쩡한 개인도 이 구조 속에선 무의식적으로 사기꾼이 된다. 어머니 사례처럼, 한순간의 유혹에 양심이 흔들린다. 이것이 부동산 투자의 가장 끔찍한 점이다.
주식: 순수한 전략의 게임
그래서 나는 부동산을 떠났다.
주식 투자로 완전히 방향을 바꿨다. 주식은 부동산과 달리 순수하다. 내 분석 능력, 전략, 노력에 온전히 의존한다. 세입자를 속일 걱정도 없고, 국가 보증에 의존할 필요도 없다. 결함을 은폐할 필요도 없다.
이기거나 지거나, 그것은 완전히 내 책임이다. 시장의 변동성만 감내하면 된다. 국가의 보증금, 세금 지원 같은 것들이 개입하지 않는다. 내 전략과 노력의 결과가 곧 내 수익이다.
갭투자 시절의 쾌감은 이제 리밸런싱으로 대체된다. 보증금 리스크나 세입자 속임수 대신, 시장 데이터 분석과 인내심이 내 무기가 된다. 이것이 진짜 투자의 청량함이다.
이재명 시대, 주식의 황금기
그리고 지금은 정권이 바뀌었다.
2025년 이재명 정부는 '코스피 5,000 돌파'를 공약으로 내걸고 법인세 인하, 나스닥형 코스피 출범, AI·반도체 세제 혜택 확대를 추진 중이다. 정부가 주식 시장을 키우려는 의지를 명확히 보이고 있다.
반면 부동산에는 정반대의 강풍이 불고 있다. 2026년 보유세 강화(공정시장가액비율 100%, 세율 최대 6%),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추가 20~30%),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15→20%) 등 규제의 폭탄이 연이어 터진다. 자금조달계획서 세분화, 매매신고 강화로 거래 자체가 까다로워졌다.
그 반대편에는 성장 기업들을 향한 정책 지원이 쏟아진다. 반도체 투자 세제 혜택, AI 산업 R&D 지원, 스타트업 활성화 정책. 자본이 흘러가는 방향이 명확하다.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정체된 구조에서 성장하는 산업으로.
당신이 지금 주식에 진심인 정부를 만났다는 것은, 투자자로서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진짜 승리의 정의
돈을 버는 것은 쉽다. 갭투자처럼 위험을 남에게 떠넘기고, 국가 보증에 의존하고, 결함을 은폐하면서 버는 돈도 있다. 어머니 사례처럼 선량한 심정으로 시작했다가도, 한순간 사기꾼이 될 수 있는 그런 돈 말이다.
하지만 정말 의미 있는 수익은 다르다.
내 전략과 노력으로 벌고, 그 과정에서 타인을 속이지 않으며, 국가 경제의 성장에 기여하고, 양심 위에서 잠드는 그런 수익 말이다. 주식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이재명 시대의 정책 지원 아래, 반도체와 AI 산업이 성장할 때 함께 성장하는 투자. 순수하고 깨끗한 승리.
내가 부동산을 떠난 이유는 간단하다. 돈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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